떠오르는 이미지, 공무원 시험과 1인기업
직업 고유의 이미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요리사, 회계사, 작곡가, 작가.
고정적인 이미지가 자연스레 떠오릅니다.
그 이미지와 실제 직업이 얼마나 유사한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 하나는 고정적인 이미지가 존재한다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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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고 가정하면, 어느정도 그려지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각 잡고’ 하는 것이지요.
아침 일찍 집을 나서, 독서실에서 공부를 이어갑니다.
노량진에서 아예 자취를 하는 경우도 있고요.
책을 쌓아두고, 졸음을 이겨내며 눈 앞의 지식을 암기하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이 라이프스타일은 어느정도 당연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수능을 준비하는 고3이나 N수생들도 비슷합니다.
‘이 정도 노력은, 당연하지’
문화적으로 공유된 이미지입니다.
그리고 이미지와 실상이 다르지 않습니다.
시험을 준비하는 상황을 떠올려보세요.
그냥 강의만 듣는다고 해서 문제를 풀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외우고, 틀리고, 고민하고, 물어보고, 며칠 방황도 하고, 다시 붙잡고.
지속적으로 나의 상황에 대한 객관적인 체크도 병행해야만 합니다.
일주일 전에 배웠던 것을 잊지는 않았는지, 공부 효율이 떨어져가고 있는지,
먼저 합격한 지인들의 소식에 공부가 손에 잡히지 않는지.
힘들고 지치는 과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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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1인기업이라는 분야는, 정말 가볍게 생각됩니다.
아무런 준비 없이, 노트북 하나 들고 다니면서 적당히 글을 작성하면
위에서 언급한 공무원 준비생분들보다 많은 보상을 가져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는 것이지요.
웹소설 작가를 지망하는 분들 중 이러한 환상을 갖고 있는 분들이 많습니다.
준비 없이 하루에 한 편, 다다다닥 글을 써 내려가기만 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해요.
디테일 없이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시장의 장점이자 독이기도 합니다.
한국사 강의를 듣고,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화가 나지요. 억울한 마음도 생깁니다. 열심히 수강했다면요.
하지만 이 정도로 포기하지는 않지요. 내가 무엇을 기억하지 못하는지를 체크하고 외우려고 합니다.
그런데 1인기업을 준비하는 분위기는, 조금의 스크래치만 생겨도 포기하게 됩니다.
더 나은 방법을 찾아내야만 한다는 믿음일지도요.
고민이나 스트레스 없이 일이 한번에 풀리는 방법이 세상 어딘가에는 있다는 믿음이 깔려 있네요.
결국 더 쉽고, 사람들이 ‘대단하다’라고 말해주는 분야를 택하기 시작합니다.
내 돈을 써가면서 광고를 돌리고, 카피를 실험하고, 반응을 기록하고.
가끔은 욕도 먹어가며 내 약점을 마주하는 연습은 피하게 됩니다.
또한 모호한 감정적인 취함에 과한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합니다.
얕은 컨텐츠를 매일같이 발행합니다.
대단하다고, 감사하다고, 도움되었다는 이야기도 들려옵니다.
그 작은 쾌감에 중독되어서요.
높은 확률로, ‘정보제공 중독자’가 되어버립니다.
누군가를 만날 때마다, 나에게 정보를 제공하려고 하고, 인사이트를 제공하려고 한다면 지쳐버릴지도 몰라요.
본인은, 주위로부터의 인정이 끊기는 상황을, ‘브랜딩 실패’라고 믿고 있기에 생겨나는 문제입니다.
하고싶은 말을, 하고 싶을 때 하는 자유를 찾아서 1인기업을 시작한것인데, 정 반대의 길을 걷고 있는지도 모르지요.
참고용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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